글 : 로렌 슬레이터(열기) / 김태형(닫기) 출판사 : 에코의 서재(열기) / 세창미디어(닫기) Release Year : 2005년 7월(열기, 국내) / 2007년 1월(닫기, 국내) 페이지수 : 341(열기) / 198(닫기)
스키너의 심리학자 열기와 닫기 세상을 뒤바꾼 심리 실험들을 소개하고, 이를 반박하는 열기와 닫기는, 어느 한가지 의견에만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의견을 듣고자 하는 이들에겐 모두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만약 이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상관은 없겠지만, 이 책을 접했다면, 열기와 닫기 모두 읽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열기는 이야기체 서술방식을 이용하여, 각 실험들의 탄생배경과 원인, 결과를 잘 정리하고 있어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찾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는 반면, 닫기는 이러한 실험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정한 심리학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집중 토론하고 있다.
10가지 실험 1.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 B.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마음 잠재우는 법 -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제정신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력 주식회사 - 기억 매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드릴로 뇌를 뚫다. -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by kaijer 인간의 모든 활동을 과학적으로 분석, 설명하는 일이 가능할까? 그것을 실제로 설명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들인 결과가 바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라는 책이다.
이 안에는 정말 흥미있는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있다.
보상과 처벌로 인해 인간을 학습시켜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했던 스키너의 실험이나, 불합리한 권위앞에서 복종하게 되는 이유를 밝힌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 그리고 38명의 살인 목격자들이 신고조차 하지 않는 일을 밝힌 일등,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와 함께 흥미있는 실험, 혹은 발견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쉽게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인간의 모든 활동을 과학적으로 분석, 설명할 수 있을까 이다.
사람의 행동 패턴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오고 살아가는지, 그러한 삶의 방식은 무수히 많다. 모든 그러한 행동 방식이나 패턴은 확률적으로, "대부분"이 그렇다라고 설명은 할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다라고 설명할수는 없다.
물론 38명의 살인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실험 이야기는 본인에게는 상당부분 공감을 했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까 라는 의문에는 과연 그럴까 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서도 이러한 의문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한듯 하다.
본문에는 상당히 많은 실험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실험 결과는 확률상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100% 라는 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이러할 수도 있고, 저러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이야기인데, 확률이나 통계라는 것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실험을 하였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할 수도 있고, 저러할 수도 있는데, 대다수의 심리학자들은 대다수가 이러니까 이런 식이 된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소수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그들이 진정 소수인 것일까.
거기에 대한 해답이 아마도 "스키너의 심리상자 닫기" 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실험주의에 빠진 미국 심리학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 책은, 그러나 책에 쓰여진 표현을 빌리자면, 몇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점 역시 가지고 있는 책이다.
닫기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논지에는 공감한다. 동물에게 행한 실험을 인간에게 적용해 보기에는 약간 무리라는 것. 실험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오류들. 많은 점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말에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내내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첫째, 근거가 애매모호하다.
분명,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확실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내세우는 근거들이 대게는 애매모호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했을 것이다."라는 식의 근거들. 자신이 임의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 것들을 근거로 삼고 그 근거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안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말도 할 수가 있다. 즉, 반대의 경우는 생각하지 않은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것들을 근거로 결론을 내세우려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로프터스 교수는 사랑은 전혀 가르쳐 주지 않고 오로지 각도만을 가르친 냉정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녀의 어머니는 좀 더 부드럽고, 극적이었으며, 심한 우울증을 앓으셨다... 중략... 로프터스 교수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연극을 보여주신 날을 기억한다... 중략... "있잖니.어머니에게 안 좋은 이링 생겼단다. 건강이 다시는 좋아지지 않을거야." .. 중략... 어머니는 그녀가 열 네살 때 수영장에 빠져 돌아가셨다... 중략... 그날의 충격과 사이렌 소리를, 그리고 "엄마, 엄마" 라고 외치는 자신의입에 씌워진 산소마스크를 기억한다.'
이 부분은 열기에서 닫기의 작가가 인용한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한 그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두번 다시 되새기지 싫었을 법한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어린 로프터스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녀는 '연극을 보고 돌아 올 때 한 아버지의 말' 때문에 혹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을까'라는 의심을 했을 수도 있다. 혹은 그렇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냉정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생각은 했을 가능성이 많다.'
대부분이 이런식이다.
물론, 저기서 나오는 데로, 로프터스 교수라는 인물이 그런 생각을 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안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했을 수도 있다고 해놓고서는 이후에는 했다라고 아예 답을 내놓고 설명을 해놓고 있다.
상당히 찜찜했던 부분중 하나이다.
두번째는, 이 저자가 갖고 있는 태도이다.
이 저자는 운동권 출신에 심리학을 공부한 심리학도이다. 아무래도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많은 면에서 비판적일 수가 있는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미국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
일단 미국은 까고보자는 식으로 논리를 펼친다는 느낌(예를 들면, 가망없는 미국 심리학, 천박한 미국 심리학이라든지)이 강하게 드는데, 아마 이러해서 그런지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닫기가 열기보다는 더 공감이 가는 책이었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연구해야 한다. 온갖 실험을 행한다고 해서, 그러한 실험이 한 인격체를 100% 설명할 수는 없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두 권을 모두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어느 한쪽의 시각만이 아닌 다양한 시각을 접해보는 것이 좋으며, 그것에 대한 판단을 해보는 것도 좋으니까.
비록 100% 인격체를 실험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신도 공감하는 몇가지 실험이 분명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