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노동꾼으로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려 더 이상 마법을 쓰지 못하는 둘리, 도우너의 사기로 빚더미에 올라앉아 화병으로 죽은 길동이, 감옥을 안방 드나들 듯 하는 희동이, 도우너를 외계연구소에 해부용으로 팔아넘기는 철수, 몸을 파는 또치.
작가는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명랑만화 <아기공룡둘리>를 2003년 영점프에 <공룡 둘리>라는 제목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만화는 단순히 현실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만을 추구하지 않고,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고 있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공룡 둘리>뿐 아니라, 인생의 먹이사슬을 코믹하면서도 씁쓸하게 구사한 <사랑은 단백질>, 2002년 동아/엘지 국제만화전의 극화부문 당선작인 <콜라맨>, 날카로운 데뷔작 <솔잎> 등, 6편의 작품이 실려있어 골라 읽을 수 있다. 최규석 - 197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2003년 상명대학교 만화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잡지사 신인만화 공모로 만화가로 대뷔했다. 200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 초청되었다. 그린 책으로 <습지생태보고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등이 있다.
최규석을 알게된 수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이 작가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다. 바로 습지 생태 보고서라는 작품. 자취라는 상황을, 습지라는 생태계로 묘사하여, 아주 재미나게 이야기를 엮어나가, 알게 모르게 공감을 하게 만들었던 명작중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작품은, 나를 그의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작품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보고나서, 이 작품외에, 수록된 다른 그의 작품을 보고자, 구입하게 되었는데(습지 생태 보고서는, 예전, 웹툰으로 연재될때 다 봐서, 구입을 하지는 않았다.) 명불허전이라.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너무, 작가를 띄어주는 평들을 곳곳에 심어나, 약간 눈에 거슬렸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작가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기에, 이러저러한 평들은 내게 정말 쓸데없을 지어라.
이 작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정말 천재라고 까지 할만한, 현실세계를 비트는 능력이, 최고라고 해야 하나. 단순히 비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고, 또한 공감이 가게 재탄생시키는 능력이 정말 천재라는 것이다. 재미 역시, 있으니, 말 다했지 뭐.
아울러, 한가지 더. 마이너보다는 메이저로 나와, 좀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주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램이다.